어떤 사람이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가볍게 비춰지기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허세를 부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대전영상제작자연합회라는 그룹에 소속되어있어서 대전지역의 많은 영상제작인들과 교류를 해오고 있다.
연합회가 생기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연합회 내부에서는 영상감독들끼리 의리의리한 장비를 가지고 멋들어지게 사진을 찍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왔었다. 그렇다. 우리가 가진 장비를 가지고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다.
때는 아마 2013년 5월이었을 것이다. 대청호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기로 하고 두 번째 정기모임을 갖었다.
결과는 총 네 명 참여. 하하하. 네 명으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포스를 뽐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의 인원이었다.
가벼운 대화를 위해 만나는 건 시간을 짬내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시간을 잡고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을 빼고 촬영해야하기 때문에 각자 일정으로 바쁜 감독님들이 일시에 한 자리에 오래도록 만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계획은 오래도록 우리 기억 속에 잘 파묻혀있었다. 마치 김장독에 넣어둔 김장김치처럼.
시간이 흐르고 2018년 7월. 드디어 잘 익은 김치를 꺼낼 시간(?)이 되었다. 오래 전부터 계획해온 그 일을 다시 벌려보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일을 벌린 것은 아니고,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회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회장님으로 추대받고있는 인디티비 고영진 감독님께서 일을 벌이신 것이다. 공지를 띄우고 가능한 날짜를 조사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에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날을 조사한 결과, 2018년 7월 6일이 당첨됐다. 사실 이것도 두 번째 시도만에 도출된 결과였다. 이런 바쁜 사람들.
그렇게 모은 8인의 영상감독. 사진에는 9명? 사실 한 분은 구경만 하러 오셨지만 ‘이왕 이 자리에 온 이상 구경은 없다’라는 고영진 감독님의 강요 아닌 강요에 동참해서 총 9명의 영상감독이 촬영에 참여했다. 각자 개인장비를 끼고.
자동차 상향등을 이용해서 역광을 만들고 가장 아름답게 역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카메라 앵글을 찾아 세팅한 뒤 촬영을 진행했다.
이곳의 바닥에 잔디가 깔려있는 관계로 사진을 찍어보니 영상감독의 포스보다는 축구선수의 포스가 더 강하게 났다. 다들 피파온라인(축구온라인게임)에서 나오는 화면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
역시 영상감독들은 다르다. 개인차량에 장비를 싣고 다닌다. 남아있던 촬영용 조명을 뒤에 설치하고 다시 사진을 찍어보았다. 결과는 더욱 축구선수같았다. 뒤에 놓은 조명이 마치 경기장의 야간서치라이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아뿔싸. 우리는 이렇게 축구선수가 되고 마는 것인가.
그래도 장비가 함께 보이니 꽤 포스있는 그럴싸한 사진이 탄생했다. 얼굴은 제대로 안 보이지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서일까? 개인적으로는 이 사진이 제일 잘 나온 것 같다. 역시 얼굴이 안 보여야 하는 것인가. 갑자기 우울해졌다.
그래도 다들 실루엣만큼은 전문가 포스를 풀풀 풍기고있었다. 누가 봐도 영상전문가들. 대전의 멋진 영상감독들이다. 건수 있으면 연락주세요.
=====
Photo by 인디티비 고영진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