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모를지도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모를지도

나는 대전토박이. 대전에서 나고 자란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 하지만 대전이라는 지역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대전은 자타가 공인하는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던가. 하지만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살기’만’ 좋은 도시.

이 말인 즉, 놀거리가 없다는 말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젊은 세대가 놀만한 공간이나 문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전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전은 놀거리가 매우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놀거리를 찾는다. 늘 그래왔듯이.

광고 카피같이 들리겠지만 그것은 기분탓. 여하튼 놀거리가 부족한 대전에서도 어떻게든 놀거리와 볼거리를 찾았고, 대전에도 명소는 존재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 사람들은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른다.

이를테면 대전역같은 공간.

실제로 편집하는 와중에 학교 후배가 편집하는 내 맥북 화면을 보면서 “선배, 대전역도 대전 명소예요?”라고 물었다. 우리 같은 젊은 세대는 대전역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대전의 역사나 명소에 관심이 많아서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게 어쩌면 당연할 터.

사실 모르는게 당연하다는 게 슬프기도 하다. 대전은 일제강점기, 곡물의 편한 수탈을 위해 철도를 놓았고, 영남과 호남의 분기로써 대전을 선택했다. 덕분에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얻게됐고 지금까지도 명맥을 잇고있다. (고속철도 분기역이 오송으로 되기 전까지는.)

그래서 대전역은 사실상 대전 근대문화의 출발점이며, 지금의 대전을 만들어준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기차역이 갖는 의미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대전은 순 우리말로 표현하면 ‘한밭’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밭으로 이뤄진 시골의 동네에서 지금은 교통의 중심, 과학의 중심, 군사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대전 근대화 이후 현대로 넘어와서는 1993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되면서 대전 내 도로, 철도 등 제반시설을 닦았고 둔산동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대도시로써의 이미지를 갖추기 시작했다. 더불어 대덕연구단지가 세워지면서 대전은 명실상부 과학의 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대전은 정부청사가 위치해있어 지방 치고는 정부부처가 꽤 많은 편이다. 산림청, 병무청, 조달청, 특허청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정부부처가 입주해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대전의 역할은 그리 작은 수준이 아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은 정부청사역 네거리에 가면 한눈에 보이는 통계센터. 통계청이 세운 건물로 대전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대전충남보훈청과 함께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대전에서 가장 세련되고 멋진 건물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993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됐을 때는 지금 엑스포시민광장을 비롯해 그 일대가 전부 남문 주차장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거대한 주차장은 필요하지 않게 됐고, 이곳을 개발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한밭수목원이다.

중부권 최대의 수목원으로 개장한 한밭수목원은 예전 이름인 <엑스포 남문광장>으로 더 유명한 <엑스포 시민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 넓게 펼쳐져 있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 이곳은 대전의 데이트 코스로,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고 나 역시도 가끔이나마 진정한 휴식을 하기 위해 찾곤 하는 장소다.

한 가지 단점이라 하면 상대적으로 그늘이 매우 적다. 그늘 밑에서 쉴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여름에 돌아다니기에는 글쎄..

앞서도 언급했듯, 대전은 철도로 생기고 철도로 발전한 도시다. 이를 증명해주는 곳이 바로 동구에 위치한 소제동. 대전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자면 대전역 동광장쪽으로 펼쳐진 주택 많은 그 동네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제동은 일제강점기에 대전역을 중심으로 일을 하던 철도원들의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관사촌을 지었는데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심지어는 사람까지 살고있어서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의 원도심에 속하는 소제동은 상대적으로 낙후돼있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지금은 지역 아티스트들이 모여 <소제창작촌>프로젝트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 그리고 문화활동을 위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립철도박물관을 이곳에 짓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었다.

소제동이 원도심이었다면 이곳부터는 신도심이라고 해도 되겠다.

신도시로 넘어가는 관문인 한밭대교. 친절하게 쉽게 설명하자면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월평동 방향으로 뻗은 도로의 초입이라고 보면 된다. 상대적으로 오정동까지는 그리 발전됐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지만 이곳을 지나고부터는 빽빽이 도미노처럼 쌓여있는 아파트단지들과 고도제한때문에 그리 높지는 않지만 대전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갈마-월평-둔산동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신도심으로 통하는 관문인만큼 언제나 차량의 통행량이 적지 않은 곳이고, 출퇴근시간이면 차량정체가 심한 구간 중에 하나다.

앞서 소개한 통계센터가 자리한 정부청사역 네거리다. 우측으로는 둔산경찰서와 야경 명소로 유명한 매그놀리아 빌딩, 그리고 그 옆으로는 신협중앙회, 삼성화재 빌딩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서 그리 빽빽하지 않은 스카이라인을 보이는데, 대전은 타지인들이 와서 놀랄 정도로 도심공원이 많은 곳이다. 특히 갈마-월평동 대로변에는 쭉 이어져서 이런 공원이 있다. 도시라고 무조건 빌딩을 올리고 개발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심 속 공원 덕분에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덕분에 깔끔하고 정리된 모습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게 장점. 하지만 상대적으로 서울에 비해 덜 발달됐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대목이기도 하다.

대전은 철도로 발달한 교통의 중심지. 전국 어디를 가든 교통편만 잘 이용하면 2~3시간정도면 주요 도시에 다 닿는다. 그래서일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가 대전역에 둥지를 틀었다. 기존에 한국철도시설공단 본사는 대전에 있었지만 코레일까지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대전역 동광장에 쌍둥이 빌딩을 짓고 새 보금자리를 만든 것이다.

기차를 이용해서 대전으로 온 사람이라면, 동광장으로 나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봤을 이 빌딩. (신탄진의 모 아파트가 생기기 전까지는)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이름을 올렸었다.

대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역시 1993년 대전엑스포다. 저 멀리 보이는 한빛탑은 높이가 93m밖에 되지 않는 쪼꼬미 탑이지만 모르는 이 하나 없는 대표적인 대전의 랜드마크다. 선거방송에서 지역별 투표율이나 개표현황을 보여줄 때 배경으로 항상 등장하는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특이하게 작년 장미대선 때는 성심당이 랜드마크로 등장한 건 비밀)

대전엑스포는 88서울올림픽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통째로 흔들어 놓은 국제행사로 평가받는다. 그 의미가 아직까지도 계승되어왔으나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엑스포 재창조 사업과 관련하여 한빛탑과 그 주변 건물을 제외하고는 전부 철거되었다. 이제 대전엑스포의 영광은 어디에 가서 찾을 수 있을까. 저 좁디 좁은 엑스포 기념구역 안에서 그날의 함성과 감동, 환희의 순간을 기억할 수나 있을까.

대전의 동쪽 지역은 원도심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상대적으로 신도심이 있는 서쪽보다 낙후돼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동쪽 지역이 대전의 중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대전역과 대전복합터미널 덕분이다.

공교롭게도 대전광역시 동구에는 KTX가 정차하는 대전역, 그리고 대전복합터미널이 함께 위치해있어 교통의 중심 of 중심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낙후됐던 예전 고속터미널을 없애고 그 위에 아울렛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을 입점시켜 운영한 결과 유동인구가 더 많아지고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었다.

대전은 근대사와 현대사를 함께 품은 또다른 역사의 도시였다.

대전은 양반의 도시이며 역사의 도시이고, 과학의 도시이자 교통의 중심지.

그리고 살기 좋은 행복한 도시가 바로 대전이었다.

이 많은 수식어를 가질 수 있는 도시가 또 어디에 있을까.

이런 대전의 명소, 역사적인 곳들을 특수장비를 활용해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작업한 영상물이다.

대전의 또다른 멋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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